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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술관 데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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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25 (0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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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명화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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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35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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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미술관 데이트
'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씨의 시 '묵화(墨畵)'가 가슴을 파고드는 시절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외롭고 고단한 세상,웃고 떠들고 거나하게 취하는 대신 조용히 걷고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꿈을 일깨운다면.
미술관 데이트(나들이)의 좋은 점은 많다. 그중 하나,동반자에 제한이 없다. 연인과 가족은 물론 직장동료나 모임 회원 등 누구라도 좋다. 그림이란 매개체가 있는 만큼 처음 만나거나 덜 가까운 사람끼리도 어색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각종 모임의 연말연시 커플 내지 부부동반 이벤트로도 제격이다.
좋은 점 둘,오랫동안 나눌 화제가 만들어진다. 그냥 만나서 식사하고 차나 술을 마시는 것보다 그림이나 조각 등 미술품을 감상하고 나면 두고두고 할 얘깃거리가 생긴다. 모처럼 만나도 "그때 그 그림 말이야" 식으로 자연스레 대화를 풀어갈 수 있다. 평소에 잘 몰랐던 상대방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아는 계기가 되는 것도 물론이다.
좋은 점 셋,먹고 사느라 혹은 공부하기 바빠 잊고 있던 감수성,어릴 적 꿈,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사고를 되살려준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수감자들이 모차르트 음악을 통해 잠시나마 자유를 느끼듯 뛰어난 미술품은 당장의 이해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을 옥죄는 일상의 억압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올 겨울 전시회 중 대표적인 것은 서울시립미술관의 '르네 마그리트전'과 덕수궁미술관의 '장 뒤뷔페전',예술의전당 미술관의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전 등. 르네 마그리트전을 관람하면 아래층의 로베르 콩바스전과 시청앞 루미나리에,덕수궁 돌담길,정동교회 구경은 덤이다.
르네 마그리트전은 엉뚱하고 기발한 착상들로 가득찬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더러는 SF영화 장면 같은 그의 그림들은 '생각'을 요구한다. 뭘 의미하는지,도대체 왜 저런 그림을 그렸는지 궁리하게 만든다. 그리곤 소리없이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 "눈을 크게 떠. 네 안에 감춰진 힘과 상상력을 되살려봐."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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